[판례소개] 24년간 급식실에서 일한 영양사, 폐암으로 산재 인정이 가능할까?
안녕하세요. 노무법인 지앤문 대표 노무사 지형민/문정수입니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허리가 아프다거나, 귀가 안 들린다거나, 호흡기 질병, 암 등의 중증 질병이 생겼다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혹시 내가 해온 일 때문에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일로 인한 질병은 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학교 급식실에서 약 24년간 근무한 영양사가 폐암을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 7. 16. 선고 2024구단72042 판결)

1. 영양사가 폐암에 걸렸는데 산재라고요?
이 사건 근로자는 약 24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중 폐암에 걸렸습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영양사라는 직종 특성상 조리업무를 많이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산재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즉, 폐암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근로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그리고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실제 어떤 일을 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법원이 주목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무기간: 약 24년간 급식실 근무
조리빈도: 연간 튀김 약 80건, 볶음 약 210건 수행
조리시간: 하루 최소 2~4시간 직접 조리한 것으로 판단
노출방식: 적절한 보호장구 없이 조리흄에 노출
조리환경: 환기가 어려운 작업환경
건강상태: 비흡연자이며 폐암 가족력 없음
의료정보: 조리흄과 폐암의 관련성에 관한 전문의 의견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폐암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2. 오래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산재가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업무상 질병에서 중요한 것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몇 년간 근무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어떤 작업을 했는지,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근무환경은 어떠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직업성 암처럼 유해요인 노출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진료기록과 과거 직업력, 실제 수행 업무, 근무시간, 작업 강도와 환경 등 사건마다 필요한 자료를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에 질병이 있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산재가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업무가 질병의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합니다.

3. 회사에서 산재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회사가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사건 역시 처음에는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내용과 작업환경, 동료진술, 전문의 소견 등을 통해 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설명과 실제 근무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산재 신청,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질병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자료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료를 검토합니다.
의료자료: 진단서, 의무기록, 검사결과
근무자료: 근로계약서, 근무표, 재직증명서
작업환경: 현장사진, 작업환경측정 결과, MSDS
기타자료: 동료진술, 문자메시지, 과거 업무자료
처음부터 모든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자료를 통해 어떤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반복된 작업으로 발생한 근골격계질환, 소음에 노출돼 발생한 난청,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심혈관계질환, 유해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직업성 암 등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산재 사건을 검토하다 보면 10년, 20년 전의 근무환경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반복했던 작업이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일하다가 병이 생긴 것 같은데 산재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실제 업무내용과 의료자료를 토대로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노무법인 지앤문 지형민/문정수 노무사


